법원에 압류된 자동차를 구두 계약으로 20년 가까이 보관해준 주차장 업자가 4년 간의 소송 끝에 거액의 비용을 국가로부터 받게 됐다. 법원은 민법상 계약이 인정되지 않고 차주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차량을 보관한 그 자체를 상법상 용역 제공으로 보고 혜택을 누린 국가가 타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 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임치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광주 광산구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A 씨는 광주지법 강제경매 절차 등에서 상대방에 넘기도록 결정 나 인도집행된 차 41대를 보관하던 중 지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보관하던 차들은 A 씨가 2004년부터 보관하거나 폐업한 다른 주차장으로부터 인수한 차량으로 경매 절차가 취하·취소되거나 경매 신청이 되지 않아 장기간 방치됐다.
A 씨는 법원 집행관들로부터 위탁받았다며 국가가 보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광주지법과 명시적으로 임치 계약을 맺지는 않았고 구두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쟁점은 A 씨가 주장한 보관료를 줘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였다.
정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차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나 소유주인 채무자가 보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관업자는 자동차가 팔린 경우에만 매각대금에서 보관료를 받을 수 있을 뿐 매각되지 않은 차의 보관료를 정부가 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 보관료를 받는 게 맞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정부가 보관료 9억3000여만원을 주고 보관 중인 차들에 대해서는 종료일까지 일 보관료를 내라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임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임치료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상법 제61조에 따른 보수를 줄 의무가 있다고 봤다. 상법 61조는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에는 타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항소심은 "상인인 원고(A 씨) 등 보관업자들이 영업범위 내에서 정부를 위해 차량 보관이라는 용역을 제공한 경우 설령 임치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정부는 상법에 따라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정부 주장을 따른다면 보관업자들은 경매신청을 할 것을 요청해 차가 매각된 경우에만 보관료에 상응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뿐 적극적으로 보수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런 해석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