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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필수 시설 임도, 안전성 높여 확대해야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

'임도가 산사태 유발'은 잘못된 인식

산림경영 활성화·재난방지 핵심역할

수년째 15%대 목재자급률 높이려면

임도 늘리고 시공단가 현실화 시급





지난달 집중호우를 넘어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극심했다. 특히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강수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 강우가 잦아든 지금 자연재해 예방 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급하다.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사태의 주요 원인을 임도(임산물 운반 등을 위해 설치한 도로)로 지목하고 따라서 임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산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이며 임도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된다.

산사태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강우다. 많은 양의 비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오랜 시간 내릴수록 산사태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토심·지형 등 여러 인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 특히 지난달 전국에 쏟아진 강수량은 극한 호우라고 표현할 만큼 엄청났기에 이번 산사태가 단순히 임도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정확한 원인 파악이 아니다. 임도가 산사태 발생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 이에 대한 조치는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임도 중 일부의 경우라는 전제하에 안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임도 자체를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실제로 산림청에 따르면 전체 임도에서 산사태 발생 구간은 최근 5년 평균 0.18%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임도는 산과 사람 모두를 위한 필수적인 기반 시설이다. 현재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목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콘크리트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재료로 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년째 15% 내외에 불과한 목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도를 늘려 산림 경영을 활성화해야 하며 이는 국가적인 과제다. 임도가 없으면 지형이 험준한 국내 산림에서는 인력과 차량, 기자재가 진입할 수 없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어려워진다. 더구나 국내 임도의 밀도는 임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임도는 산림 재난 상황에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시급히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 봄철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도 산불 예방용 임도를 활용해 진화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다.



임도의 필요성과 긍정적 기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추구하고 산림 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논의는 임도의 안전성을 제고하면서 부족한 임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산사태를 예방하고 목재 자급률을 올리려면 가장 먼저 임도 시공의 현실적인 애로 사항을 개선해 임도의 안전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예산 확대를 통해 낮은 임도 시설 단가와 짧은 공기 등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임도의 시공 단가는 2012년 이후 10년간 고정돼 있다 올해 소액 증액됐으나 그간의 자재비 상승분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임도 시공 단가는 일반 도로의 시공 단가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산사태 피해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도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려면 시공 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최근 임업인 단체는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산사태의 원인을 목재 수확지와 임도로 단정 짓는 주장에 대해 임업인의 권리를 부정하고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임도에 관한 오해와 부정적 인식을 쌓는 대신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산사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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