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반국가 세력, 선동 정치, 언론 지형 등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국가부채를 겨냥해 ‘망하기 직전의 기업’에 비유하면서 “벌여놓은 사업도 많은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회계가 전부 분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불안감을 조성하는 야권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과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며 당정이 국정운영의 확고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 3대 개혁 완수’를 슬로건으로 한 1박 2일 연찬회를 개최했다. 연찬회에는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총출동했고 윤 대통령 또한 만찬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다”는 표현을 동원해 공산 전체주의 등 반국가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현재 좌표가 어딘지 분명히 인식을 해야 제대로 갈 수 있다”며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이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달 6일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도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며 국가 정체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가 되려면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협치 협치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쳐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성장과 분배를 통해 발전해나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통합과 타협을 어떤 가치, 어떤 기제를 갖고 할 것인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도 직접 언급했다. 특히 야권의 괴담 유포 등 선전 정치를 겨냥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과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 지형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회는 여소야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말했다.
국정 방향성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야 할 방향은 결국 국민을 위하는 것인데 그건 너무 막연하다”며 “모든 제도와 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부합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폐기하고 또 국민들에게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나섰을 때의 초심으로 임기 마지막까지 뛰겠다”며 당정이 일체를 이뤄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도시락과 민어회·문어회·과일·떡 등이 차려졌고 술을 대신해 무알코올 오미자주스로 건배를 했다. 건배사를 외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건배사 키워드로 ‘3대(교육·연금·노동) 개혁 성공’을 언급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말씀하실 때 ‘윤석열’을 연호하는 분위기였다”며 “대통령이 힘을 얻으시고 당정이 단합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찬회에서 당 지도부는 정기국회의 성과가 내년 총선 표심과 직결됨을 역설하며 민생 분야의 성과 창출에 심혈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당내 소란의 원인이었던 ‘수도권 위기론’도 연찬회의 화두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수도권이 약세 지역임을 인정하며 “더 심혈을 기울여 수도권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강연도 진행됐다. 연사로 나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자유주의’ 철학에 대한 당정의 이해 부족이 불필요한 대중적 오해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부가 업계에 라면값 및 이자율 인하를 압박한 사례를 언급하며 자유주의 기조 유지 속 규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친윤계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윤심을 따르니 (국민 입장에서) 윤 대통령이 ‘엄석대’처럼 보인다”며 “윤심을 따라간다는 것은 국정철학을 이해한다기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라간다는 것”이라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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