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나라' 프랑스가 가격 붕괴를 막기 위해 이미 생산된 와인을 대량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랑스가 2억1천600만 달러(약 2천870억원)의 비용을 들여 와인을 폐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폐기되는 와인의 규모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100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정도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와인 폐기 비용으로 프랑스에 1억7천200만 달러(약 2천280억원)를 지급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도 추가 자금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가 멀쩡한 와인을 폐기하기로 한 것은 와인 가격을 유지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와인 생산비용에 비해 소비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부 와인 농가는 이익을 내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르도와 같이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르크 페스노 프랑스 농무장관도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이 자금은 가격 붕괴를 막아 와인 제조업체들이 다시 수입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와인을 단순히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와인 생산업자들이 와인으로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와인을 순수 알코올로 증류해 청소용품이나 향수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편 와인 수요 감소를 둘러싼 프랑스의 고민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음료 선택지가 늘어난 가운데, 프랑스인이 한 해에 마시는 와인 양은 1926년 연간 136L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오늘날 40L에 근접할 만큼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술집과 식당, 와이너리 등이 문을 닫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반면 물가 상승으로 와인 생산 비용은 오르는 추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와인병 등의 생산에 필요한 물품 수급이 어려워진 점도 와인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기후변화로 원활한 포도 재배와 수확도 어려운 처지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와인 업계가 물량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리비에 제르고 KEDGE 경영대 경제학 교수는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 장기적 적응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와인을 더 생산하는 등 시장이 더 나은 미래로 전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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