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사업주로부터 전용 차량과 수억 원대의 현금을 지원받는 등 산업 현장의 불법·부당 행위가 정부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28일 근로자 1000명 이상의 유노조 사업장 521개소(공공기관 포함)를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와 노조 운영비 원조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용자로부터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또 다른 노조는 사무실 직원의 급여까지 회사에서 받기도 했다. 심지어 노동조합법이 정한 근로시간면제자 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사업장도 적발됐다.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노조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시간면제자 규모가 법이 정한 한도를 웃돈 것으로 노조가 회사로부터 과도하고 위법적인 혜택을 받은 셈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위법행위를 감독을 통해 바로잡고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간의 ‘불법 짬짜미’ 적발은 과거 정부가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없이 노사 자율에 맡긴 결과다. 고용부에 따르면 근로시간면제 등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신고 접수는 2019년 24건을 기록한 후 2020년 28건, 2021년 51건으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전임 정부는 2010년 도입된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해 세 차례의 샘플 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감시·감독이 소홀해진 사이 노조 집행부는 사측에 법이 정한 허용치를 넘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사용자 측은 갈등을 피하려고 불법적인 요구를 수용하면서 노사 간 담합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노사 관계를 구축하려면 산업 현장에 노사 법치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법에서 제시된 원칙을 준수해 과거의 불법적인 악습과 결별해야 비로소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 가능하다. 노사 간 부당한 지원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하고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노조 전임자와 운영비 원조 등 불법적인 담합 구조를 과감히 뿌리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 조사 등을 통한 관리 감독 강화로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는 독립성을 잃고 사용자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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