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위한 문제 제기는 명예훼손이 아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심현욱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이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울산 지역 기업의 노조 대의원인 A씨는 2019년 7월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모임에 “지회장 B씨가 조합비를 쌈짓돈인양 펑펑 쓰고 회계도 누락, 짜깁기하고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회장 B씨가 규정을 준수해 조합비 예산을 집행했고, 감사도 적절하게 이뤄졌는데, A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B씨 명예가 실추됐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단지 의견을 제시했을뿐 비방의 목적은 없었다며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올린 글에 대해 조합비 사용 내역 공개를 촉구하기 위한 공익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B씨가 회계 자료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이전부터 B씨에게 조합 통장 열람을 구두로 요구했고, 서면으로도 요청했으나 B씨는 자신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를 흠집 내려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글을 올린 것은 결국, B씨를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합비 사용 내역 공개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공 이익을 위한 글을 개인에 대한 비방이라고 판단하면 조합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A씨가 조합원들만 있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B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도 없어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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