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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심성 예산 줄여 성장동력 확보·경제 살리기에 투입하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 9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지출 증가율은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다. 대신 정부는 연구개발(R&D), 국가 보조금 등의 예산 23조 원을 구조 조정해 복지·안전·고용 분야의 예산 증액분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며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 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취약 계층 보호, 미래 준비 투자, 일자리 창출 등 핵심 과제에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에 어긋나는 예산 항목도 있다. 정부는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6조 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6% 늘렸다.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A 노선 조기 개통, GTX-B·C 사업,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의 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사업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효과도 불분명한 노인 일자리 예산이 25% 늘어난 것도 지역과 노년층 표심 잡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반면 R&D 예산은 올해보다 7조 원(16.6%) 줄었다. 나눠 먹기 등 기존의 비효율적인 관행 타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삭감으로 신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긴축 기조에도 세수 감소 등의 여파로 나라의 실질적 살림살이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에 92조 원으로 올해보다 33조 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을 집행하지 못하면 회복세가 미약한 우리나라 경기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건전재정과 경기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용 선심성 예산을 줄이고 예산 집행은 효율화해 미래 성장 확보와 경제 살리기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또 취약 계층을 지원하더라도 불필요한 예산 누수를 막고 현금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눠 먹기, 지역구 쪽지 예산, 포퓰리즘 예산 요구 등의 구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흔들림 없는 건전재정 의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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