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정권교체 강화’ 발언을 두고 강하게 맞섰다. 원 장관도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를 언급하며 설전에 끼어들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2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 등을 상정해 논의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시선은 원 장관의 ‘입’에 쏠렸다.
원 장관은 지난 24일 보수성향의 포럼 강연에서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서 내년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치겠다”고 말해 장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회의 시작부터 원 장관을 겨냥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원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중립 의무 위반이다. 정상적 장관이 아닌, 유세장에 나온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원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의 이소영 의원도 “원 장관은 국무위원이냐, 아니면 국민의힘 총선 선대본부장이냐. 원 장관이 정치 중립을 철저히 지킨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준호 의원은 “지금 장관의 태도는 정말 무례하고 무도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같은 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도 원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를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원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며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반박했다.
또한 “당시 발언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라며 “선거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최인호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관련 민주당의 국정조사 및 청문회 추진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임위,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며 “민주당의 주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를 주구장창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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