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스타트업코리아전략회의’를 주재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인프라를 갖추고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혁신의 주역”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민간·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 모펀드에 대한 출자와 세제 지원 등으로 민간 주도 생태계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관 합작의 2조 원 규모 펀드 조성 등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혁신 경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보기술(IT)과 바이오뿐 아니라 방위산업과 원자력, 탄소중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스타트업코리아’ 시대를 열겠다”고 역설했다. 산업의 씨앗인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하지만 우리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차량 호출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었던 ‘타다’는 택시 업계의 저항 등에 막혀 사업을 접었다. 최근에는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1·2위인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가 초진 이용 불가 등 겹겹이 쌓인 규제를 견디지 못해 결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혁신 사업이 줄줄이 좌초하는 것은 표 계산으로 기득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이 크다. 타다금지법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타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자 “혁신의 편에 서겠다”는 반성문을 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 완화는 토론해봐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닥터나우 등의 사업 철수 결정은 정부가 의사·약사 등의 반발을 우려해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 중심으로 축소하고 약 배송까지 금지한 영향이 컸다.
스타트업 육성의 관건은 말의 성찬보다 실행력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도약하려면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 보호 규제부터 혁파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25.4%가 규제 문제로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한국무역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역동적 경제를 만들려면 규제 혁파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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