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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래의 선택과 스마트에이징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경제학 이론 중에서 ‘비서 문제’라는 의사결정이론이 있다. 비서를 고용할 때 100명의 지원자가 있다면 40명 정도 만나본 후에는 더 이상 면접을 하지 말고 결정을 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수학적 모델이다. 정확하게는 0.37이 최적의 지원자를 선택하기 위해서 더 이상 비교하지 말고 결정을 해야 하는 확률적 시점이다. 같은 논리가 결혼에도 적용된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결혼 문제’ 또는 ‘최적의 정지 문제’라고도 한다. 문제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최적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무엇이 최적인지 아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미래의 가치와 의미를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의 나를 중심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인생의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많은 경우에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70대의 경우 60대로, 60대의 경우 5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70대의 사람들이 20대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이 쉬운 시절도 아니고 더 행복한 시절도 아니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젊기를 희망하는 것은 현재 중심의 관점에서 삶을 보기 때문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은 여름에 일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젊어서 열심히 일해야 노후에 쉴 수 있다고 적용하는 것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히 준비가 필요하지만 쉬기 위해서 인생을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젊어서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가 젊은 시절이고 언제가 노후인가.

산업화 이후 에이징 모델은 인생의 전반기에 배우고, 중반기에 일하고, 후반기에는 쉰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에이징 모델을 깨고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배움은 인생의 전 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일은 더 길고 유연하게 해야 한다. 쉼도 인생의 전 단계에서 필요하다.

스마트에이징이라는 단어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커뮤니티와 계속해서 연결되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스마트에이징은 기술의 발달을 넘어서는 삶을 준비하고 선택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고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한 뇌와 마음을 만드는 길이라고 알려준다.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하며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주저하지 말고 추구해야 한다. 삶의 여러 단계에서 쉬어가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한 가지 길을 달려가서 도달하는 종착점을 위한 준비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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