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방의 벽지 컬러라도 바꿔 보면 훨씬 나아질 수 있어요. 제 책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색은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말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컬러 인사이드(크레타)’의 저자인 디자이너 황지혜 CMI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컬러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컬러 인사이드’는 빨강·파랑·초록·노랑·주황·보라·핑크·검정·하양 등 9가지 색깔을 통해 예술 작품, 영화, 디자인, 브랜드에서의 감성과 의미를 소개하는 컬러 이야기다. 황 대표는 LG전자를 시작으로 20년 이상을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디자인 컨설팅사인 CMI 대표를 맡고 있다.
책은 일상에서 컬러가 주는 의미를 강조한다. 빨강은 가장 천박할 수도 가장 매혹적일 수도 있고, 파랑은 이성적이고 중립적이며 넓고 깊고, 초록은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대자연의 시작과 끝이 담겨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노랑은 밝고 긍정적이며 무한한 에너지를 품은 태양의 컬러고, 핑크는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꿈과 낭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책 풀이가 꼭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특히 컬러에 집중하는 데 대해 황 대표는 “컬러는 정답이 없어 좋아요. 나만의 답을 만들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컬러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나 예술가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작품에 맞는 컬러를 고르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다소 올드하고 진부한 느낌이던 보테가 베네타는 초록(페러킷 그린)으로 브랜드를 바꾸면서 ‘젊고 혁신적이며 파격적이면서도 긍정적’이라는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죠. 또 페라리는 빨강을 고집하고 삼성은 블루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이유가 이들이 컬러에서 구하려고 하는 것을 말해줍니다.” 컬러에 진심인 것은 기업 뿐만이 아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의 ‘퍼스널 컬러’ 진단도 곧 개인이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봤다. “다양한 컬러에 대해 시도해보는 것이 스스로를 알아나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황 대표는 한국인의 컬러에 대한 태도가 다소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다른 색깔이 섞이지 않은 단색을 선호한다고 한다. 민족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좋아하는 컬러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적당한 컬러를 찾는 것은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과 함께 기업 발전과 나아가 경제성장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작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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