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자국 전문가의 입을 빌려 ‘한국은 중국의 선의를 양보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엄포를 놓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자국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전화 통화는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한중 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한반도연구센터 잔더빈 주임은 왕 부장이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을 지지한다고 말한 점을 언급한 뒤 “한중일 메커니즘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선의를 보여준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양보의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에 대한 한국의 기대를 전달했지만, 중한 관계의 현상 유지에 대해 도발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도전한 것은 한국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중 관계는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한국이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아울러 “중국이 충분한 선의를 제공했으니 이제 한국이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도 부연했다.
앞서 왕 부장은 박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발전에는 내생적 동력과 필연적 논리가 있으며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전략적 자주를 강화하고 각종 역(逆)세계화 조작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저지하며 양국 각 분야 호혜 협력을 심화해 양국 인민을 더 행복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