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90일 정직’ 징계를 받은 스페인축구협회의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버티겠다고 선언했다.
스페인 뉴스통신 EFE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말 후회되는 실수를 몇 차례 저질렀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월드컵 우승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와 별개로 지도자에게 모범적 행동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난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권, 미디어로부터 전례 없는 ‘린치’를 당했다”며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나 자신을 계속 변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정한 재판 없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한 남자를 축출하려 하면 안 된다. 평등은 동등한 권리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를 압박하는 스페인 정치권에도 공세를 했다. 그는 “권력분립을 보장해야 할 이들이 사법부가 판단하게 두기는커녕 나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내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잔인할 정도로 정치권·언론의 압박이 이어지고 수많은 정보 조작과 거짓말이 나타나는 중이지만 이 문제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기구들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의 스포츠행정재판소(TAD)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 키스를 ‘심각한 행동’으로 분류해 정식으로 유죄 여부를 따져보기로 했다. 이보다 높은 등급의 ‘매우 심각한 행동’으로 분류됐다면 스페인 정부가 루비알레스 회장을 즉시 끌어내릴 수 있었을 테지만, 일단 TAD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 셈이다.
앞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달 20일 스페인 대표팀의 2023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두 손으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다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혀 파장이 커졌다. 이에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80여명이 선수노조 풋프로를 통해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프리메라리가 구단들까지 규탄 행렬에 동참하며 비판 여론이 가열됐다. 그러자 스페인축구협회는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자신이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고 묻자 에르모소가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며, 입맞춤이 상대의 동의를 얻은 행동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FIFA도 일단 징계에 나섰다. FIFA는 지난달 2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국내외적으로 축구와 관련된 루비알레스 회장의 모든 권한을 90일간 정지했다. 아울러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FIFA는 추후 조사 결과와 최종 징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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