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키워드를 하나만 고른다면 단연 ‘인공지능(AI)’으로 부를 수 있겠다. 챗(Chat)GPT 열풍이 불면서 ‘생성형 AI’라는 말이 회자되고 주식시장에서 AI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엔비디아(Nvidia)는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술과 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기존의 모습을 모두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는 예술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왔던 문학, 음악, 미술 등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의 침투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에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최초의 연방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라는 발명가가 본인이 발명한 AI 시스템을 통해 만든 ‘낙원으로 가는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라는 미술작품의 저작권 등록 신청을 인공지능 명의로 하면서 비롯됐다. 이 신청을 미국 저작권청(Copyright Office)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인간이 저자인 경우에 국한된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스티븐 탈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 연방법원은 저작권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저작권이 부여될 수 있는 핵심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의성이며, 인간의 창의성이 새로운 도구나 매체를 통해 구현되더라도 인간의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논거로는 이전에 선고됐던 두 개 판결을 들었는데, 하나는 원숭이가 찍은 셀카는 사람이 찍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보호 받을 수 없다는 항소법원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최초로 사진(오스카 와일드가 왼손을 턱에 받히면서 앉아 있는 모습의 바로 그 사진)에 저작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었다.
미국 연방법원은 오스카 와일드 사진 판결을 인용하면서, 카메라가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인간이 피사체와 관련한 장면과 조명을 설정하고 카메라의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등 이미지를 만드는 이상 카메라로 찍힌 사진은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으나, AI가 전적으로 관여한(entirely controlled) 작품에는 인간의 개입이 없어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티븐 탈러는 즉각 항소했는데, AI가 만든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지, 그러한 개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특이한 인간의 특성은 결코 기계에 의해 모방될 수 없다는 말은 위안이 되지만, 나는 그런 위안을 줄 수는 없다. 그런 한계는 정해질 수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I에 한계가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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