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오사카의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는 60여명의 남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오미아이(お見合い·맞선) 파티’가 열렸다. 이들은 모두 60~80대 부부로 자녀들의 프로필 사진과 설명이 담긴 설문지 등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녀가 30·40대인 부모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고자 각각 1만4000엔(약 12만6500원)을 냈다.
2일 미국 CNN방송은 혼인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심각한 저출생 위기에 직면한 일본에서 미혼 자녀의 부모들이 자녀들 대신 맞선을 주선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손주를 볼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부모들이 직접 자녀의 소개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 관계자는 “부모들이 이런 식으로 자녀 결혼을 돕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이런 행사에 부모들이 나오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다나카 게이코 상담소장도 “장기적인 불황의 영향으로 여성 측 부모님은 정규직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성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처음에는 부모의 만족감 때문에 참여했지만 부모의 진지한 모습에 자녀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들고 다니는 종이에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도시로 이주할 의향이 있느냐’ 등 자녀들이 미래의 배우자들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 담겼다.
주로 40대 남성의 부모들이 20,30대 여성을 며느리로 맞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많다고 CNN은 전했다. 가장 어린 사람은 28세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51세였다.
80대의 한 부부는 “49세인 아들이 직장일 때문에 연애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손주를 원하고 있어 행사에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70대인 또 다른 부부는 “42세인 딸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어울리길 원해서 데이트 상대를 찾지 않고 있다”며 “딸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원하고 딸도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것을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사율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결혼에 도달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 노부모는 “40살 아들을 위해 다른 10명의 부모와 아들의 프로필을 교환했지만 소득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2021년 일본의 혼인신고 건수는 50만1116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51만 9823건으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 2000년에는 79만 8138건, 2010년에는 70만 222건, 2020년에는 52만 5507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결혼을 미루는 풍조도 심해지면서 결혼 중간 연령은 남성의 경우 1990년 29세에서 현재 34세로, 같은 기간 여성은 27세에서 31세로 밀렸다.
지난해 출생률 또한 1.3에 그쳤다. 약 1억3000만 명의 일본 인구를 유지하려면 최소 2.1의 출생률이 필요하지만 이보다 대폭 낮은 수치다.
문제는 일본인의 결혼 욕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의 80%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중매 행사를 여러 건 조직해온 노리코 미야고시 결혼상담소장은 “일본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깊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풍조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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