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에 대한 일제 긴급 교육에 나선다. 최근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중대재해 증가세가 확연한 데 따른 대응이다. 하지만 건설업은 구조적인 원인 탓에 사고가 줄기는커녕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내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상황이다.
고용부는 4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48개 지방 관서별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 담당자, 건설업 현장소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감축 긴급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근 늘어나는 중대재해를 시급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정책 판단으로 안전교육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의 건설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는 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명 늘었다. 게다가 7월부터 8월 11일까지 사망자가 급격히 늘면서 22명이나 증가했다. 벌써 지난해(74명) 사망자를 5명 초과한 79명이 50억 원 이상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건설업은 야외에서 위험 작업을 하는 탓에 전체 사망 산업재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사고 빈도가 높다. 문제는 건설 현장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6월 발표한 건설업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현장은 발주처-원청-하청-재하청(십장 또는 팀반장)-건설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재하도급이 만연하다. 이는 불법이다. 합법적 도급 구조는 발주처-원청(일반 건설사)-하청(전문 건설사)-건설 노동자다.
다단계 재하도급의 맹점은 최저가 입찰제 탓에 하위 단계로 내려갈수록 낙찰 금액이 준다는 점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단계 재하도급 구조는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가 일어나면 어느 단계가 책임이 있는지 가리기 쉽지 않다. 이는 다시 사고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건설 현장 근로자가 일용직으로 채용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점은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맞물려 일터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근로자가 한 현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다 보니 근로자가 만들 현장의 안전 문화가 자리 잡기 힘든 것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인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27일 이후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가 7건 발생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단일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연구원 보고서는 “건설업의 구조적인 원인은 건설업에 저임금, 열악한 노동 조건, 고용 불안(일용직), 산업재해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우려는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50인 근로자 사업장·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된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현장 점검, 안전 교육, 컨설팅, 수사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인력과 시간 모두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은 사고 빈도가 높지만 검찰이 10대 건설사 중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곳은 1곳도 없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최근 산업재해 통계를 발표하면서 “1만 6000개 대상이던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은 내년 예산 증가로 2만 5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면서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역량·재정 여건이 부족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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