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5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여권은 이를 두고 ‘명분·뜬금·원칙’이 없는 3무(無) 단식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하루 12시간만 진행되는 농성 방식을 두고 ‘출퇴근 단식’이라 비판하며, 보온병에 든 내용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3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뇨병은 제대로 단식하면 2∼3일도 못 버틴다는데, 규탄대회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의) 목소리가 우렁차다”며 “정신력이 대단한 것인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농성장 안에서 티스푼으로 뭔가를 떠먹거나 보온병에 든 액체를 여러 차례 마셨다. 이를 두고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텀블러에 사골국물 같은 게 든 거 아니냐” “건강관리 하면서 단식한다”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민주당 측은 보온병엔 온수, 식품 용기엔 소금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농성에 대해 “‘국민 항쟁’을 주장하지만 ‘국민에 항쟁’하는 퇴행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야당이 지금 신경 써야 할 곳은 당대표 단식 천막이 아니라 회의장”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역사적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이 대표 발언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들으면 ‘땡깡이나 협박’을 위한 방탄 단식으로 역사를 퇴행시키고 ‘가짜뉴스 선동집회’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게 누구냐며 오히려 혀를 찰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집회를 마친 이 대표는 다시 국회로 돌아와 단식 농성장에 자리를 잡았다”며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그토록 조롱하던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출퇴근 단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목표로 했던 ‘동정론’과 ‘체포동의안 부결론’도 민주당 안에서 군불 때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이쯤에서 출퇴근·웰빙 단식은 그만두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역사적 퇴행이나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농성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되고, 나머지 12시간 동안은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야당 지도자가 단식 농성을 벌일 경우 일반적으로 줄곧 농성장을 지키는데, 이 같은 출퇴근 단식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에서 “경호상의 핑계로 출퇴근 단식을 한다니, 국회 본관 내 모처에서 취침한다는 이 대표에게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주문 의혹과 관련한) 초밥이 배달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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