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명박(MB) 정부 5년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최근 야권에서 ‘MB의 추억’에 대한 언급량이 늘어났다. MB 측근들이 윤석열 정부 요직을 차지하면서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 홍보수석 김은혜,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모두 MB 사람이었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인사들에 ‘윤핵관’까지 더하면 10명도 넘는다.
그렇다면 야권에 ‘MB의 추억’은 과연 어떤 추억으로 남아 있을까. MB 정부 임기 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의 전국 단위 선거 성적은 1승 3패였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는 100석(81석)도 얻지 못했고 4년 뒤 제19대 총선에서도 여당에 제1당을 내줬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카드에 된통 당했다. 결국 제18대 대선까지 졌다. 별로 좋지 못한 ‘추억’이다.
당시 야권은 MB 정부의 낮은 국정 지지도에 기댄 채 지지층 결집에 매달렸다. 촛불을 들었고, 당 대표(정세균)는 ‘미디어법’ 저지를 외치며 단식했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나꼼수’와 같은 뉴미디어의 도움까지 받았음에도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외투쟁이 잦아졌고 이재명 당 대표는 단식 중이다. 국회 과반인 168석을 가졌지만 전략은 여전히 81석 시절 수준이다. 당 안팎에서 “지도부의 행보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자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여당의 북풍 전략이 역풍이 된 2010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MB 정부 시기 야권이 이긴 선거를 복기해보면 ‘상식의 전환’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손학규 당 대표가 직접 험지인 성남 분당을 지역구에 몸을 던졌고, 당시 무소속이던 박원순 후보에게 과감히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넘겼다. 야권의 한 원로 인사는 “21세기 정치인은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세 가지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 이 대표는 이 중 하나인 단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가혁’이라는 스마트폰 여론에 힘입어 대권 주자까지 성장한 정치인의 모습 치고는 낯설다. 세월이 변한 만큼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레트로’ 전략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이 대표도, 그리고 민주당에도 ‘상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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