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가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해 “대체로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 수출 지원책을 제시했다. 지원책에는 수출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유동성 확보를 돕기 위해 18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는 단기적 처방도 담겼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디스플레이 등에 쏠린 주력 산업을 다변화하고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에 치중된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등의 중장기 비전은 기대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적인 수출 회복 전망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동안 추 부총리는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회복할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거듭 외쳤지만 3분기가 다 지나도록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수출액은 518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8.4% 줄어 11개월째 수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중국 등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1~7월 대(對)중국 수출 감소율은 25.9%이며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의 전망도 우울하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 회복을 기대한다고 답한 기업들은 12.7%에 그쳤다. 반면 수출 회복 시점을 내년 상반기(39.7%), 내년 하반기(27.3%), 2025년 이후(13.9%) 등 올해 4분기 뒤로 본 기업들이 8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 수출 플러스’ 전망은 기업들에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정부의 낙관론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금융·세제·예산·기술·인력 등 전방위 지원이 담긴 비상 대책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수출 반등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폭적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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