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낸 선수 중 한 명은 1979년생으로 올해 마흔넷인 루카스 글로버다. 그는 2009년 US 오픈 우승자이긴 하지만 세월과 함께 한물 간 선수 취급받았다. 하지만 지난 8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플레이오프에서 40대 선수가 우승한 건 2018년 타이거 우즈 이후 글로버가 처음이었다.
그가 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거두는 동안 한해에 2승을 거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버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가 사용하는 브룸스틱 퍼터도 주목을 받았다. 일명 빗자루 퍼터로 불리는 브룸스틱으로 바꾼 뒤 약점으로 꼽히던 그린 플레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들은 퍼팅 외에 글로버의 아이언 샷 정확도 향상에도 주목했다. 글로버는 드로 구질을 치는데 간혹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우측으로 곧장 날아가는 푸시나 그 반대로 왼쪽으로 과도하게 꺾이는 훅을 범하는 실수를 하곤 했다. 푸시를 막기 위해 스트롱 그립을 잡으면 훅이 더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글로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습가 제이슨 베일과 교정 작업에 착수했다. 베일은 글로버의 오른다리 움직임에 주목했다. 실수를 할 때의 자세를 유심히 관찰했더니 임팩트 전후 과정에서 오른발이 지면에 너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베일과 글로버는 오른다리 안쪽에 물병을 세워놓은 뒤 스윙을 할 때마다 이를 넘어뜨리는 연습을 했다. 오른다리를 타깃 방향으로 기울이는 이 작은 동작 덕분에 임팩트 때 체중이 확실하게 왼다리로 이동하고 과도한 인-아웃 궤도의 스윙도 사라졌다. 실수는 확연히 줄고 정확성은 높아졌다.
글로버는 이번 시즌 그린 적중률 12위(69.57%)를 기록했다. 특히 아이언 샷의 홀 근접도 부문에서는 1위(약 10.5m)를 찍었다. 사진은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0번 홀에서의 아이언 샷 장면이다. 뒤따라오는 오른다리는 타깃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왼다리에 체중이 온전히 실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작은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실수가 반복된다면 잠시 잊고 있던 기본기는 없는지 체크해볼 일이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