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불리는 ARM 평가가치가 500억~550억 달러(66조~71조 원)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후 최대 규모 IPO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을 인수하며 가졌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RM IPO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RM은 주당 47~51달러 선에서 IPO를 추진 중으로, 이 경우 상장 시점 시가총액은 500억~550억 달러가 된다. 시장 일각에서 바라봤던 450억~500억 달러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에 ARM을 인수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익이다.
손 회장은 2016년 ARM 인수 당시 5년 내 5배 성장을 자신했다. 실제 소프트뱅크 인수 후 ARM 수익은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WSJ은 “소프트뱅크의 ARM 투자 수익률이 동 기간 나스닥 인덱스 투자보다도 나쁘다”고 지적했다. 2016년 9월부터 저번주까지 나스닥 수익률은 배당 포함 167%였다.
ARM은 스마트폰 ‘두뇌’인 모바일AP 기초 설계를 사실상 독점하는 회사다. 모바일 시대를 이끌어왔지만 향후 성장성에는 의문이 붙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접어든 탓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소할 전망이다. WSJ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ARM의 우위가 너무나 확고해 성장 여지가 거의 없다는 시선이 있다”고 전했다.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높다는 점도 리스크로 떠오른다. 중국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부상하는 데 따라 ARM은 매출 25%가량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높은 중국 의존도가 부담이 되는 구도다.
ARM의 IPO 전략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ARM 칩셋은 스마트폰 외 차량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널리 쓰인다. 전력 소모가 적다는 특성을 살려 서버 시장에서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ARM은 IPO 안내서를 통해 “AI 전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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