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의 석유 감산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로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산유국들이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는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선물 가격은 40센트 상승한 배럴당 85.9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11월 선물 가격도 45센트 올라 배럴당 89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미국이 노동절 휴일인 관계로 거래 물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이 커진 데 있다. 러시아는 이미 8월 50만 배럴 감산에 이어 이달에도 하루 30만 배럴씩 석유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석유 수출을 10월에도 감축하기 위한 기준에 대해 OPEC+ 파트너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월까지 1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지표 개선과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BTIG는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에도 유가 움직임이 인상적”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경우 유가가 배럴당 90~93달러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헤지펀드 블랙골드인베스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로스가 “중국의 비부동산 부문에서 4분기에는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석유 거래 업체인 비톨의 러셀 하디 CEO는 정제시설 유지·보수 문제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두 달 이내에 글로벌 원유 공급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급증세인 점도 변수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200만 배럴을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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