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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공시 노조만 稅혜택' 내달로 앞당겨…양대노총 압박 고삐

[정부,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

회계 투명성 강화 3개월 조기 시행

1000명 이상 노조·산하조직 대상

회계공시 시스템도 내달부터 운영

내년에는 회계감사원 자격 구체화

勞 "상급단체 옥죄려는 의도" 반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추석 명절 대비 임금체불 문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민의힘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부터 회계를 공시한 노동조합만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체 노조 조합원 약 80%가 속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시를 해야 세액공제가 가능한 방식이다. 이는 정부가 노동 개혁 일환인 노동조합 회계 투명화를 이루기 위해 양대 노총을 압박하는 방식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내년부터는 노조 회계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2차 회계 투명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입법예고안은 6월 첫 입법예고안에 있던 내년 1월 1일 시행 시기를 올 9월 1일로 3개월 앞당긴 게 골자다.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올해 10~12월 납부한 조합비부터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행 시기를 앞당긴 이유에 대해 “노조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했다”며 “노조의 투명한 회계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자가 낸 조합비는 기부금 명목으로 15% 세액공제된다. 하지만 노조는 병원·학교 등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는 공익 법인처럼 회계 결산 자료를 공시하지 않았다. 일부 국민 세금으로 지원 받는 노조 활동도 이전보다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또 일부 노조 조합원은 노조 회계가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목소리도 내왔다. 그동안 노조가 어느 규모로 세액비를 공제 받았는지 정확한 통계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노조 회계 공시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양대 노총이 공시를 해야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시 대상 노조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또는 산하 조직이다. 하지만 정부는 노조와 상급 단체가 공시를 해야 조합비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상급 단체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 같은 총연합 단체 등을 일컫는다. 양대 노총이 회계 자료 공시를 하지 않는다면 소속 노조는 세액공제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이 조건은 소속 노조의 조합원 수와도 무관하게 동일 적용된다. 상급 가입이 없고 조합원 1000명 미만인 노조만 공시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양대 노총의 공시를 겨냥한 것은 우리나라 노조 지형 때문이다. 양대 노총 조합원은 전체 노조원의 약 80%로 수년째 노조 지형을 양분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도 한국노총 조합원은 42.2%, 민주노총 조합원은 41.3%였다. 상급 단체가 없는 노조는 16.3%에 머물렀다.

다음 달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조 회계 투명화 대책은 ‘전반기’를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고용부는 올해 초부터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노조가 회계 자료를 제대로 보전·비치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또 이번 개정안에 맞춰 노조가 이용할 수 있는 회계 공시 시스템도 다음 달부터 운영한다.

노조 회계 투명화 대책 ‘후반기’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고용부는 6월 노조 회계를 담당하는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제고(자격 규정), 회계 결산 공개 방식 명확화가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회계 감사원은 자격이나 선출 방법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었다. 이 때문에 노사 현장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제대로 회계 관리를 하고 있느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도 냈다.

특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회계감사원에 대해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했다. 조합원이 원하면 회계감사원 대신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도 담겼다. 여당에서도 노조의 회계 투명화를 제고하기 위한 여러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부 대책에 힘을 싣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6월 입법예고안을 발표하면서 “세금을 지원 받고 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 노조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건강한 노동운동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 양대 노총은 지속적으로 노조의 회계 투명화 대책에 대해 노동 탄압인 동시에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해왔다. 이미 올해 양대 노총을 비롯해 52개 노조는 정부의 회계 자료 제출 거부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연말 정산 시즌을 앞두고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 불만으로 노조와 상급 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며 “이번 개정안은 상위 법인 노조법에 위임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운영 사항을 공개하는 노조를 마치 큰 비리가 있는 집단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노조와 조합원을 갈라 치기 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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