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내홍을 딛고 다음달 4일 막을 올린다. 13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에는 전 세계 69개국 209편의 초청작이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를 맡고 홍콩 배우 주윤발이 올해의 아시영화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5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는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작과 섹션별 선정작, 주요 초청 게스트 등을 소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개최를 앞두고 여러 잡음을 겪었다. 지난 5월 조종국 전 운영위원장 임명을 두고 불거진 이용관 전 이사장의 사유화 논란과 함께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파문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올해 영화제의 예산과 규모는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71개국 243편의 작품이 영화제를 통해 스크린에 올랐지만, 올해에는 이보다 적은 수 69개국 20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공개)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영화 제작국 이외 최초 공개) 영화도 각각 80편과 7편으로 지난해 89편, 13편에 비해 줄었다.
예년과 다르게 영화 토론의 장이 돼 왔던 ‘포럼 비프’도 진행되지 않는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 직무대행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총 109억 4000만원”이라면서 “영화제 사태 영향으로 인해 스폰서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반영해서 전체적으로 예산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초유의 사태를 두고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를 맡기로 했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가 힘든 상황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송강호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막식에서 호스트를 맡아 게스트를 맞이하는 등 다방면의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양조위가 수상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또다시 홍콩 배우인 주윤발의 몫이 됐다. 주윤발은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다. 신작인 ‘원 모어 찬스’와 대표작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 3편의 영화도 한국의 관객에게 선보인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으로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꼽힌다. 최근 영화 ‘미나리’와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 등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들 영화인의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기획이다. ‘미나리’의 감독 정이삭과 배우 윤여정, 영화 ‘서치’의 배우 존 조, ‘파친코’와 영화 ‘자모자야’의 감독 저스틴 전이 부산을 찾는다.
이밖에도 영화 ‘녹야’의 배우 판빙빙, ‘괴물’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도그맨’의 감독 뤽 베송, ‘키리에의 노래’의 감독 이와이 슌지와 배우 히로세 스즈 등이 초청 게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작은 장강명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됐다.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이 연출하고 홍콩 배우 유덕화가 출연하는 ‘영화의 황제’로, 유명 감독과 무비 스타가 등장하는 자전적인 내용을 다룬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콘텐츠 마켓으로 꼽히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는 7일부터 1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열리는 시상식 아시아콘텐츠어워즈(ACA)는 다음달 8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최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광역시가 공동 개최하는 국제 OTT 축제와 협력해 전 세계 콘텐츠로 범주를 확대한다. 우수 플랫폼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 부문도 추가된다.
강 직무대행은 “내실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믿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이다. 개막까지 남은 29일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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