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의무화되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막기 위해 의료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날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조항이 의료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수술실 CCTV가 설치 및 운영되면 의사 등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논리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문과목의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관련 전문의를 확보하기 어렵고, 의료기관 폐업이 줄을 잇는 등 필수의료 붕괴를 부추길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개정 의료법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다만 수술이 지체되면 위험한 응급수술이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6년 안면 윤곽수술을 받던 도중 과다출혈이 발생해 50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끝내 사망한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유족 측이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자리를 뜬 사이 과다출혈이 일어났으나 대신 자리를 지키던 간호조무사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유령수술' 방지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일명 '권대희법' 제정 움직임에 힘이 실렸다. 당시 의협, 병협을 필두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가 강력 반발했지만 ‘수술실내부 CCTV’ 설치 및 운영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이를 막지 못했다.
의협 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뿐 아니라, 상시 감시 상태에 놓인 의료진에게 집중력 저하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수술 환경이 악화하고 의료진이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민감한 정보가 녹화될 경우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고 해킹범죄에 의해 수술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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