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신설한 규제혁신추진단의 핵심 사업인 ‘덩어리 규제 발굴’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산 집행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등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킬러 규제 혁파’를 중점 과제로 내건 만큼 규제 발굴과 혁신에 추진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진단은 지난해 덩어리 규제 발굴 예산 3억 원 중 8300만 원(27.7%)만 집행했다. 발굴이 더딘 탓에 규제 개선·조정 예산의 집행률도 55.2%로 저조했다. 홍보를 위해 편성된 예산 약 2억 원은 아예 사용되지 못했다.
추진단의 지난해 전체 예산(36억 원) 집행률도 78.8%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추진단의 예산 집행이 부적정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예산 집행 시 이월·불용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한다”며 “집행 지침을 준수해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추진단은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실제 규제 발굴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추진단원 결원이 발생하며 인력을 새롭게 충원하고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출범 전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등을 월 196만 원의 보수에 채용하려고 하다가 지원자 미달 사태로 구성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규제 개선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1월 규제 전문가 50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정부의 규제 혁신은 더딘 추진 속도로 성과가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킬러 규제 혁파를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주문했다. 추진단은 올해 덩어리 규제 발굴 예산을 7월 말까지 56.7% 사용해 예산 집행률을 비교적 높였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잔뜩 벼르고 있다. 내년 추진단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삭감될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무위원회에서도 추진단의 올해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하다가 30%를 감액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리한 ‘전 정부 지우기’ 조직 개편으로 지난해 추진단의 예산 집행이 엉망이 됐다”며 “킬러 규제 혁파를 말로만 하기보다 예산 집행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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