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5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이념 논쟁’으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당에서는 ‘탄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됐고 여당은 ‘색깔론’으로 응수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편 흠집 내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면서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국정 전반에 대해 점검한다는 대정부질문의 원래 취지는 후순위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근래 국무위원들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과도한 언사가 오가는 등 적절하지 않은 답변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무위원들은)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예의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의원들에게도 “질의 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주시고 동료 의원 질의에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근 대정부질문이 정부 여당과 야당 간 정쟁의 장으로 자주 변질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에 호소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김 의장의 호소는 채 30분도 지켜지지 못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의 해병대원 사망 사고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 분명하고 법을 위반한 사실이 분명하다. 탄핵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면서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발언을 취소하라”며 고성이 쏟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 설 의원은 굴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도 모른다”며 재차 ‘탄핵’을 언급했다.
야당의 ‘탄핵’ 언급에 여당은 ‘색깔론’을 꺼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추진 시도와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행사 참석 논란을 언급하며 “윤 의원은 반국가 단체가 추진한 행사에서 남조선 괴뢰도당이라는 모멸적 표현을 듣고도 자리를 지켰다. 이러한 사람이 국회의원 자격이 있다고 보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총리도 “국민들께서 판단하시리라 생각이 들지만 국회의원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여야는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을 놓고도 맞섰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건강권을 옹호해야 할 정부가 철저히 일본 내각과 도쿄전력의 시각을 인용하고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독극물 운운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도가 넘치게 악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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