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간과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악성사기 방지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출범한다. 수사당국 차원에서 민관학계가 협업을 통해 사기 범죄 방지 대책을 총괄 컨트롤하는 정례 협의체가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범죄가 매년 평균 10%씩 증가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통합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전체 사기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사기방지 자문위원회’를 이르면 이달 말 설치하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자문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10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 및 위원은 사기범죄 방지와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경찰청장이 임명 위촉한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당연직 위원에 포함되고 금융위원회 등 주요 정부부처 국장급 고위 관료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는 2년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자문위는 반기에 한 번 정기회의를 열고, 필요할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사기범죄 방지 대책을 논의한다. 주요 회의 안건으로는 사기범죄 방지를 위한 정책목표와 방향 및 사기범죄 수사품질 제고, 사기범죄 예방차단을 위한 교육홍보 및 제도개선, 사기범죄 방지 역량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와 민간의 국내외 교류협력, 사기범죄 피해자 지원책 등이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심의 의결된 안건은 경찰청장에게 전달된다.
최근 악성 사기범죄가 고도화되고 그 증가세 역시 심상찮은 만큼 사전 대책 마련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17년 23만 1489건이던 사기범죄는 2022년 32만 4316건으로 40% 넘게 급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신종사기수법으로 대규모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신종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2017년 2470억 원에서 2021년 7744억 원으로 213.52% 늘었고, 가상자산 사기 역시 17년 4674억 원에서 2021년 3조 1282억 원으로 569.27% 폭증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그간 사기범죄는 사전보다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생길 경우 전문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고, 범국민 홍보와 계도, 수사 역량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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