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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황금비자





2010년 전후에 유럽 국가들은 외국인이 자국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투자하면 거주할 권리를 주는 ‘황금비자(Golden Visa)’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2008년 영국을 필두로 2012년 아일랜드·포르투갈 등이 뒤를 이었다. 영국은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를 5년 이상, 1000만 파운드를 2년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50만 유로를 기부하거나 100만 유로(약 14억 원)를 투자할 경우 거주권을 줬다. 포르투갈은 투자 허용 대상에 부동산까지 포함했다.

당시 남유럽을 중심으로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로 도입된 황금비자의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아일랜드는 황금비자를 통해 지난해까지 12억 50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고 포르투갈도 10년간 58억 유로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영국은 중국·러시아·중동 지역 갑부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데 이 제도를 활용했다. 하지만 돈 세탁 악용, 부동산 값 상승, 중국인 쏠림 현상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황금비자를 재검토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그리스·스페인은 최소 투자액 기준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아일랜드·포르투갈은 제도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그럼에도 황금비자를 외국인 투자 유치 카드로 활용하는 나라는 여전히 많다. 러시아가 올해부터 자국의 중요한 사회적 프로젝트에 최소 1500만 루블(약 2억 5000만 원) 투자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에게 거주권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8월 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외국인 중 자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에게 황금비자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비자를 확보하면 별도 허가 없이 최대 10년 동안 인도네시아 체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5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오트먼 최고경영자(CEO)에게 첫 황금비자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투자와 인재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해외의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다만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사전에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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