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이 협상 개시 4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7일(현지 시간)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필리핀 FTA 서명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필리핀과의 FTA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서 다섯 번째 양자 FTA다. 우리 정부는 2019년 4월 필리핀과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FTA 추진에 합의하고 그동안 총 다섯 차례에 걸친 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2021년 10월 양국은 FTA 타결을 선언하고 지난해 6월 품목이나 관세 인하 스케줄 등 세부 절차 등의 협상을 거쳐 이번에 공식 서명했다. 향후 양국 국회 비준 동의 등 발효 절차만 남게 됐다.
인구 1억 1000만 명의 필리핀은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니켈 생산량 세계 2위, 코발트 생산량 세계 4위의 핵심 광물 보유국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한·필리핀 FTA를 통해 필리핀은 전체 품목 중 96.5%, 우리는 94.8%의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아세안 FTA와 RCEP에서 미개방(양허 제외)됐던 자동차(관세율 5%), 자동차 부품(최대 30%)의 단기 관세 철폐로 우리 주요 품목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화물차·승용차(5%)에 대한 관세도 발효 즉시 철폐되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5%)는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3~30%)의 경우 최대 5년, 플라스틱 제품(5%)과 문구류(5%), 가공식품(5~15%)에 대해서도 15년 관세 철폐가 이뤄져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필리핀 FTA는 아세안 국가 중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에 이어 다섯 번째 양자 FTA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세안 시장의 91%에 달하는 거대한 FTA 네트워크가 완성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과테말라와의 한·중미 FTA 가입 협상도 타결됐고 중남미 에콰도르와의 협상 타결도 임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