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단독 회담을 열고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간 협력 강화를 공식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중국 서열 2위와 만나는 것이어서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보편 가치 연대’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 관리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기사 3면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에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51분간 회담했다. 당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세안 정상회의는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해 정상 간 만남이 불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조율 끝에 중국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중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역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빈번히 교류하다 보면 풀어갈 수 있다”며 한중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 역시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또 리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안부를 전했고 윤 대통령 역시 “활발한 한중 교류를 희망한다”며 시 주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화답했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와 윤 대통령이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가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데다 상반기에 중국과 한국이 함께 참석하는 다자 회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중국의 정상급 인물과 회담한 것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 주석을 만난 후 10개월 만이다.
한편 일본 측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공식 회담을 하지 못하고 행사장에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풀어사이드’ 방식으로 만났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중국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대화를 개시할 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전후 리 총리를 짧게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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