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수천 종의 토종 동물들이 길고양이에 의해 공격받고 있어 호주 정부가 ‘길고양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7일(현지시간) 호주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전날 타니아 플리버섹 호주 환경부 장관은 “‘국가 멸종위기종의 날’을 맞아 길고양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플리버섹 장관은 “호주의 길고양이들이 매일 밤 600만 마리, 매년 20억 마리가 넘는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설명했다.
호주 환경부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지난 200년 동안 호주에서 멸종된 포유류의 약 3분의 2에 영향을 미쳤다. 또 그레이터 빌비(호주산 토끼의 일종)나 주머니개미핥기, 길버트 포토루(쥐캥거루) 등 국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200종 이상의 종을 위협하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 연구진은 “길고양이는 호주에서 가장 파괴적인 침입 외래종이다”며 “이들은 토종 동물을 죽일 뿐 아니라 토종 포식자와 먹이를 놓고 경쟁하며 질병을 옮기는 등 매년 약 190억 호주달러(약 16조1000억원)의 피해를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호주 환경부는 “당장 길고양이들에 대한 조처하지 않으면 토종 동물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우리가 소중한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데 진지하다면, 길고양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우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공개 협의를 통해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협의 사안은 사람이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야간 외출 통금 시간을 정하는 것과 중성화 요건, 가구당 고양이 수 제한 등이다.
또 길고양이에게 독성 젤을 뿌려 죽이는 도구를 도입하고 새로운 포획 기술을 개발해 붙잡은 고양이를 안락사 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호주의 침입 외래종 위원회(ISC)는 “이번 계획을 환영한다”며 “모든 주에서 길고양이를 해충으로 규정하고 방제 도구 지원과 자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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