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과 인도를 잇는 철도망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이들 4개국 정상은 이르면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관련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걸프·아랍 국가들을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을 성사시키려 한다”며 “협상이 마무리되면 당사국들은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동부 지중해 연안의 레반트 지역부터 페르시아만 일대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를 철도로 잇고 항로를 통해 인도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이스라엘 항구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망을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철도망 건설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항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동은 일대일로 구상의 육·해로가 모두 통과하는 중심 지역이며 중국은 최근 경제협력과 외교 중재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미국도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동 국가와 관계 재건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합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관련 국가들에 상당한 경제적·전략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철도망 사업 논의를 계기로 이번 G20 정상회의 일정 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별도 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도망 구상은 2021년 미국과 인도·이스라엘·UAE 간 협의체인 ‘I2U2’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처음 제안했으며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팔레스타인 사안을 두고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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