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에서 '전세버스가 아닌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를 사용해 달라'는 당국 요청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초등 교사 10명 중 3명이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또한 과거 현장체험학습 관련 민원과 고소·고발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30%에 달했다.
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7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치원·초등학교 교원 1만21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학기 현장체험학습 시행 상황을 물은 데 대해 ‘계획한 일정상 부득이 진행키로 했다’(30.5%), ‘위법행위로 판단해 취소했다’(29.7%), ‘현재 논의 중이다’(29.6%)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교총은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교육부·경찰청의 단속 유예 사이에서 학교는 혼란을 겪고 있고, 위법 부담이 상당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접한 교원들은 사고 위험에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장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고소·고발 등이 걱정된다는 교원이 97.3%에 달했다. 사실상 모든 교원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실제로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본인이나 동료교원이 민원,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응답도 30.6%에 달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2.6%인 것을 감안하면 피해 경험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총은 “현장 교원들은 단속 유예라 해서 불법이 합법이 되지 않으며, 사고 시 학부모들의 민·형사 소송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당국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힌 부분을 신뢰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교원들은 대체로 학교 주관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 주관 현장체험학습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절반 넘는 55.9%의 교원이 ‘안전사고 등 민원·소송 부담이 크므로 폐지해야 한다’(가정학습으로 전환)는 데 동의했다. 이어 ‘법·제도 정비 후 시행해야 한다’(34.6%), ‘단속 유예 상황이므로 학교 구성원의 협의를 거쳐 시행하면 된다’(9.5%)순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관련 법령 정비를 제 때 하지 못하고 교원 보호 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며 “그럼에도 현장체험학습 시행만 독려하는 것은 무책임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령 정비,교원 보호방안 마련부터 확실히 추진하고 명확한 방침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의 입법 불비 때문에 초래된 연기, 취소, 위약금 문제를 학교나 교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교육청이 나서서 위약금 문제 등을 일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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