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날로 심화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 및 위압 행위에 맞서 관세 인상과 주변국과의 연대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거대 시장 및 보유 자원을 무기 삼아 수출제한 등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해 경제안보를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자 ‘경제적 위압에 해당한다’며 철폐를 요구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연내 정리할 ‘경제안보 대처 지침’에 외국에 의한 무역 제한과 기술이전 강요 등 경제적 위압에 대한 대응을 담는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다.
대처 지침은 크게 △관세 인상 등 무역 제한 △국제 연계(사전 방지) △위압 피해국 지원의 틀을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무역 제한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가까운 접근이다. 중국이 정치·외교적 이해가 갈린 국가에 특정 자원 수출을 제한하거나 상대국의 핵심 품목 수입을 금지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닛케이가 독일의 한 싱크탱크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확인된 중국의 경제적 위압 행위는 세계에서 130여 건에 달했다. 코로나19 발생 원인 조사를 요구한 호주에 대해서는 목재와 석탄·와인 등에 대한 관세를 올려 보복했고 ‘하나의 중국’에 반발하는 대만에 대해서는 수산물 등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했다. 매체는 이와 함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진행을 이유로 문화 콘텐츠 제한(한한령)과 관광 금지 보복을 당한 한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닛케이는 “특히 중요 광물 등 특정 국가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하는 물자가 단절될 경우 위험이 크다”며 “위압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국제 연계나 피해 국가에 대한 지원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침에는 이외에도 강제적인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대응도 담긴다. 일본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한 기술을 특정한 뒤 산업계와 연계해 유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강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EU는 위압에 대항하는 규칙안을 마련해 올가을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 의회 역시 중국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인 압력에 대한 조치를 담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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