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내 비료 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차 요소수 대란에 대한 우려로 ‘사재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기 발생 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며 안심시키기에 나섰지만 과거 치명타를 맞은 화물운수업체를 중심으로 재고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최대 ‘화물운송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A 카페에는 7일부터 요소수 대란을 걱정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과 정부의 후속 대처를 불신하며 ‘각자 비상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본인이 5톤 트럭 기사라고 밝힌 한 회원은 “쇼핑몰 (요소수)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혹시 몰라 3달 치 요소수 주문을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댓글에도 “벌써 품절인 곳도 많다”, “어제 주문한 곳 중에 한 곳은 결제를 취소시켜 버리더라. 어제보다 오늘 가격이 30~40% 올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다른 화물운송업자 커뮤니티인 B 카페에서도 “설레발이기를 바라지만 (요소수 대란이) 겪은 지 얼마 안 된 일이라 긴장된다”, “지난 대란 이후 최소 6개월 치는 쌓아두는 습관이 생겼다” 등 만약을 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요소수 품귀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면서 신중론을 유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이 수출 제한한 비료용과 차량용 요소가 호환되지 않는 데다 국내 공장도 다변화한 만큼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아직 좀 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게시글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8일 오후 찾은 서울 내 주유소들에서도 ‘실체 없는 불안’으로 인한 사재기 정황이 드러났다. 양천구에 위치한 GS칼텍스 직영 C 주유소 관계자는 “오늘 갑자기 거래처에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요소수 물량을 못 준다고 통보했다”며 “몇 번을 전화했는데 연락이 아예 안 된다. 어제까지 공급을 받았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물량을 안 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SK직영 D 주유소 역시 ”거래처와 한참 전화 연결이 안 되더라”며 공통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는 요소수 물량 수급 문제가 아닌 일부 고객들의 ‘사재기’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유소 관계사는 ”요소수 품귀 가능성을 딱히 우려하지 않는다“며 ”뒤늦게 거래처 담당자와 통화가 됐는데 그쪽도 크게 걱정하지 않더라. 납품가도 오히려 직전 거래 때보다 떨어졌더라“고 전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 10리터(ℓ)당 2만 원까지 치솟았던 판매 가격이 이후 1만 5000원대까지 꾸준히 하락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날 D 주유소는 소수의 사재기로 인해 평소의 6배가 넘는 요소수를 판매했다. 관계자는 ”10ℓ짜리 통이나 기계주입식(원하는 양만큼 구매)으로 판매하는데, 통 기준으로 일평균 2통 팔리던 게 오늘은 화물 기사 1명이 10통 가까이 사가서 총 13통 팔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모두 (중국 관련 이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021년 요소수 사태 이후 정부는 공공비축 사업으로 차량용 요소 재고 약 2개월분을 비축하고 있고 민간 기업들은 기업별로 적정한 재고를 국내에 유지하고 있다”며 “동남아와 중동 등 수입 대체선도 갖고 있어 기업들은 이미 대체 물량 확보를 타진한 만큼 공급망 위기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 요소에 대해서도 “이미 수입 다변화가 이뤄진 만큼 대중 의존도가 낮은 상황이며 국내 재고와 올해 도입 예정 물량을 고려해도 연말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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