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살이 빠져서 건강해 보인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머스크는 13.6㎏의 감량 비결에 대해 “단식 그리고 위고비(wegovy)”라고 응답했다. 머스크가 운동이 아니라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주사인 위고비를 맞고 살을 뺐다고 실토한 것이다. 위고비는 ‘억만장자의 비만 치료제’로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우구스트 크로그 부부가 1923년에 설립한 ‘노디스크인슐린연구소’에서 출발했다. 1989년 또 다른 당뇨병 치료제 기업 ‘노보테라퓨틱스’와의 합병으로 노보노디스크가 탄생했다. 노보노디스크는 한 우물만 파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전념했다. 1978년 유전자 재조합으로 인간 인슐린을 세계 최초로 생산했고 1985년 최초의 펜 형태 주사제를 출시했다. 현재 세계 당뇨병 치료제 업계에서 3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당뇨병 치료제로 만든 오젬픽의 용량을 늘린 위고비를 비만 치료 시장에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위고비는 평균 17~18%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 위고비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덕분에 올 상반기 156억 달러의 매출과 71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노보노디스크가 8일 시가총액 4371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에서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덴마크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4060억 달러)도 넘어섰다. 우리도 최소한 몇 개의 첨단 전략산업에서는 초격차 기술과 핵심 특허 확보를 통해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정부는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해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