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게으름'을 즐기는 이색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일(한국시간) CNN·로이터통신은 매년 몬테네그로 북부의 한 휴양지에서는 열리는 ‘게으름 대회’를 조명했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가장 오랜 시간 버티는 시민에게 우승 상금을 주는 독특한 대회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라돈자 블라고예비치는 12년 전 몬테네그로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통념을 조롱하기 위해 이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규칙은 오직 누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두막 안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확인하거나, 먹고 마시며 자는 모든 행동을 누워서 해야 한다. 서 있거나 앉아있는 것은 규칙 위반으로 간주해 즉시 실격 처리되며, 화장실은 8시간마다 10분씩 허용된다.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올해 대회에는 참가자 21명 중 7명이 남았다. 이들은 '누워서 117시간'이라는 이전 기록을 깨고 침대에 누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남은 참가자들은 480시간 이상 누워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21년 챔피언 두브라브카 악시치(38)는 “우리 모두는 기분이 좋고 건강에 문제도 없다"며 "주최 측이 우리를 잘 대해주고 있고 그저 우리는 누워만 있으면 된다”라고 밝혔다.
우승하면 1000유로(한화 약 143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번이 첫 참가라는 필립 크네제비치(23)는 “여기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있고 동료들도 환상적이며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라며 우승을 자신했다.
그런가 하면 콜롬비아의 지방 도시 이타구이 주민들은 해마다 ‘게으름의 날’을 맞는다. 매년 8월 20일이 되면 이타구이 주민 수백 명이 잠옷을 입고 집을 나서 보란 듯 길이나 공원에서 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만끽한다.
‘게으름의 날’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민들은 “노동절(근로자의 날)은 있는데 휴식을 기념하는 날은 왜 없는 거냐”며 ‘게으름의 날’을 만들었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페르난도 두케 '게으름의 날 코퍼레이션' 대표는 “게으름 또는 나태함을 적폐로 보기보다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축제를 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세상은 점점 미친 듯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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