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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에 '공급망 동맹' 청구서 준비됐나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中경제 40년의 고성장 막내리고

보호무역으로 美中 갈등은 심화

'美동맹국' 상대 경제압박 커질듯

'손실' 韓, 美에 청구서 고려해야





중국 경제가 40년 호황의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1위 수출국이다. 우리가 수출하는 중간재의 약 75%가 중국 내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경제 부진은 우리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공급망의 변화, 핵심 시장의 경기 부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중국 경제의 둔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월가의 관심사는 중국이나 유럽 경제보다 미국이 연착륙할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이 길어지지 않을지 더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생각보다 미국에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앞으로 3년간 중국의 누적 총생산이 12.5% 줄어도 미국의 2025년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이번 중국의 경기 침체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파급효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는 발등의 불이지만 미국에는 강 건너 불일 수 있다.

중국을 둘러싼 경제적 입장 차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한국에 있어 일종의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할 경우 큰 충격을 입는 사건)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를 압박하는 쪽으로 대중국 전략을 수립하고 동맹국을 참여시킬 때,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한국은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점화하는 미중 경제 갈등을 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특정 분야에 한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집중 제한하는 이른바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최근 가동했다.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기술 집약적 첨단 분야에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틀어막았다. 이런 조치가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바로 세계화의 퇴장이다. 세계화가 물러난 자리에는 미국의 동맹국 대 중국의 동맹국들로 나뉜 경제 권역이 새로 들어설 것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민주당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조차 바이드노믹스를 “제조업 중심의 경제적 국수주의”라고 표현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응해 미국 동맹국을 상대로 보유 자원을 무기화하고 나선다면 그 타격도 우리에게 직접적이다. 반도체나 전기차에 필요한 탄화규소나 희토류 등 핵심 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단행한 요소 수출 금지도 한국을 향한 우회적 경고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나온다.

현재로서 미국은 미중 갈등이나 보호무역과 관련 동맹국의 손실을 먼저 나서서 보호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지난해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CHIPS)에서 동맹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도 정작 완공될 때까지 보조금 혜택은 받지 못한다.

한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입지를 굳히려면 미국과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보호무역이나 중국과의 갈등 고조에 따르는 우리의 손실을 감내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동맹으로서 기여하는 대가를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만들어 낸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기조의 부작용을 미국에서 일부 만회하는 것이다. 미국 역시 동맹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필요하다면 미국에 우리의 기여에 걸맞은 청구서를 낼 준비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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