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빠진 주요 20개국(G20)의 공동성명을 환영하며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10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G20 정상회의 일정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정상회의 의제를 우크라이나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G20이 발표한 공동성명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을 완전히 반영한 것”이라며 “아마도 그것은 그들의 양심의 목소리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20 회원국들은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어느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부분의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발리 G20 공동성명과 비교해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는 평가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문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러시아 측의 입장이 반영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성명에서 우리의 표현을 지킬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동성명에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지켜온 G20 회원국들과 서방 간 균열이 커진 점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동성명은 “상황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평가가 있었다”며 회원국 간 입장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올해 G20 의장국이자 오랫동안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의 입김 역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엄격히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세계의 남부가 더 이상 서구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공식을 따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하며 이것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례”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를 비롯한 서방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한 합의가 역내 평화의 진전이라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전쟁을 벌이는 동안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러시아의 고립을 확인했다”고 말하는 한편 “솔직히 G20은 정치적 논의의 장이 아니며 큰 진전을 볼 곳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그가 성명에 러시아의 역할에 대한 더 강한 문구가 포함되길 바랐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다른 지도자에게 달려 있었다면 (표현은) 훨씬 더 약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공동성명에 유감을 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서 “우크라이나는 이 문서에 강한 문구를 넣으려 시도한 협력국들에 감사하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명백히 우크라이나 측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면 참가국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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