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120년 만의 강진이 발생해 2000명 넘게 사망한 가운데 모로코 당국의 소극적인 지원 요청에 국제사회의 구조 도움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로코 관광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속에 일부 외국인들은 일정을 중단하지 않고 현지 명소를 중심으로 여행을 재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규모 6.8의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은 10일(현지 시간) 모로코 피해 지역에서 구조 활동은 물론 식량과 물, 대피 장소를 찾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원지를 포함해 피해가 컸던 곳 대부분이 산간 지역에 위치해 구조대와 구호 물품이 도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로코 국영 TV가 밝힌 피해 규모는 이날 기준 사망자 2497명, 부상자 2476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발 빠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정작 모로코 당국은 지원 요청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스페인·카타르·튀니지 수색·의료팀은 모로코에 도착해 구조 활동에 들어갔고 영국도 수색 구조 전문가와 수색견·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프랑스·대만·튀르키예 등도 요청 시 즉시 지원팀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로코는 현재까지 스페인과 카타르·튀니지·요르단 등 소수의 구호 제안만 수락하고 다른 국가들의 지원 제안에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구조 작업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스스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주의 단체 ‘기아대책행동’에서 근무했던 지리학 교수 실비 브루넬은 르피가로에 “스스로를 유럽의 대화 상대로 보고 아프리카 지역 내 지위를 열망하는 신흥국으로서 모로코는 자신들이 수색과 구조 역량을 지녔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며 “세계가 도와주고 싶어 하는 ‘상처받은 가난한 나라’로 행동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과는 별개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 관광은 다시 시작됐다. 적지 않은 인원이 서둘러 피해지를 떠났지만 일부 여행객들은 현지에 남아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유럽 주요 항공사의 항공편은 이날에도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강진 당시 고객 중 일부가 안전상의 이유로 야외에서 노숙을 했지만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서 관광객들이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모로코에서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차지할 만큼 경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모로코의 싱크탱크 ‘MIPA연구소’의 라시드 아우라즈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마라케시의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마을과 도시 자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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