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할 당시 마약 모임을 함께 한 일행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모(31) 씨와 이 모(31) 씨, 정 모(45)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끝에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 씨와 정 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는 김 씨에 대해서는 “주거가 일정하고, 사회적 유대 관계에 비추어 볼 때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증거가 수사 기관에 의해 확보되어있는 점, 혐의 사실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소환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들 세 명이 지난달 26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14층 집에 모여 마약을 투약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해당 아파트는 정 씨가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모임을 기획해 장소를 제공하고 마약을 공급하는 등 마약 투약 목적의 모임을 주도했다고 보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당일 모임에 모두 21명이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19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사건 이후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1명을 제외한 참석자들을 상대로 마약류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씨 등 3명을 포함한 5명에게서는 케타민·MDMA(엑스터시)·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나머지 참석자들의 정밀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강원경찰청 소속 A 경장은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5시께 모임이 열린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A 경장이 창문을 통해 추락한 방에 다른 참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추락 직전 일행들 행적을 재구성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A 경장 사망 전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전후 이 아파트에 모이기 시작했고 모임에 합류한 시각은 각각 다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모임 참석자가 21명까지 계속 늘어난 데 대해 아파트 폐쇄회로 CCTV가 일부 고장 나 확인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모임에 참석하기 전 일부가 들른 서울 이태원의 클럽을 지난 5일 압수수색해 참석자들 동선을 추적하는 한편 A 경장의 마약 투약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클럽을 중심으로 마약 유통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태원 주요 클럽에서 관련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추가 참석자 존재 여부, 참석 경위, 마약 투약 및 소지 경위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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