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약화되는 중국은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질서를 훼손하려 할 것입니다. 앞으로 북중러 3국 간의 정상회의가 성사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임박한 정상회담이 한미일 연대에 맞서 북중러 간 밀착이 강화되는 ‘신호탄’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단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기술 교류, 북한의 재개방을 계기로 한 북중 경제 밀착, 중국의 암묵적인 러시아 지원 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와 유엔의 제재는 무력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협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의적이고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美에 대항하는 북중러 결속=앞으로 북중러 연대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은 그간 북한·러시아와 일정 부분 거리를 뒀으나 최근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 등에 맞서 중국 주도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는 “브릭스(BRICS)·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다자 협력기구를 활성화하려는 중국은 북중러 3국 간의 협력 체제도 유도하려 할 것”이라며 “북중러 3국은 공통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국제사회 지배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중러 간의 정상회의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미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러시아·북한과 협력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중러 3국 간 신뢰가 부족해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중국은 푸틴의 전쟁이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가까이 가는 것을 경계해왔다”며 “즉각적인 촉매제가 없다면 3국이 함께할 유인은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러 군사기술 얻어낼 것=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북한이 원했던 수많은 첨단 군사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1960년대 북한에 핵실험용 원자로를, 1980년대는 고농축우라늄을 제공했고 현재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시 옛 소련 미사일에서 시작됐다”면서 “이번에는 러시아가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원했던 핵잠수함 설계, 핵무기 설계, 위성기술 등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로닌 석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재래식무기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최대한 러시아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 석좌는 “푸틴과 김정은이 회담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안보 연대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관한 대응책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중러 연대 약화시킬 해법 필요=문제는 북러 간에 무기 거래가 성사되고 북중 간 불법적인 무역이 확대되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북중 간의 경제 교류가 시작된 것도 까다로운 문제”라면서 “약 10년 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는 중국의 벌목 트럭을 개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무역 확대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유지에도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보리가 무력화된 상황 속에서 북한의 국경 개방을 북한 정권 및 북중러 연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코로나를 극히 두려워했으나 역설적으로 북한 내부를 단속하는 도구로 활용했다”면서 “북한의 시장 개방은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한미가 북한과 중국 사이 시작된 무역에 많은 외부 정보를 유입시킬 경우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 확대를 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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