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부모님과 한국에 정착하려던 한 베트남 소년의 꿈이 좌절됐다. 최근 A 고등학교가 “유학생을 받은 경험이 없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복잡하다”며 입학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남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초중고생이 한국에서 유학을 할 수 있는 비자(D4-3)가 있지만 올해 6월 30일 기준 우리나라 등록 외국인 127만 393명 가운데 해외 초중고생의 비율은 484명, 0.03%에 불과하다. 해외 대학 유학생 수인 6만 7858명과 비교해봐도 0.7%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초중고 유학생의 비율을 늘리고 이들의 부모를 함께 한국에 정착시키는 것이 다문화 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이민은 지역 소멸 문제의 대안이라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공통된 견해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국제교류협력본부장은 “D4-3가 있는데 지자체가 이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 작성 등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일 때 한국에 와서 충분히 한국 문화를 익히고 그 부모들 역시 한국에서 경제생활을 하며 지낸다면 해외 노동자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시선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인구 감소로 지역의 존폐가 걸린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외 초중고생의 유학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D4-3로 한국에 온 유학생들의 경우 부모 한 명을 방문동거비자(F1-13)로 초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 F1-13으로 거류 중인 유학생의 학부모는 90명에 불과하다. 제도가 사실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 유학 중인 초중고생 484명 중 332명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머무르는 등 지방 지자체는 초중고생 유치를 방치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경상북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중고생 유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상북도 교육청은 2024학년도 6개국 72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한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지역 소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했다”며 “해외 우수 유학생의 입학을 추진해 직업계고의 신입생 충원율 하락과 산업기술 인력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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