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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할 기회 더 늘려주세요”…인니 청년들의 꿈

자동차 부품업체 에이치티엠 가보니

직원 절반 외국인…임금·안전 눈길

교리 존중해 음식까지 배려·존중

귀국해서도 꿈 응원하려는 고용부

자동차 부품업체인 에이치티엠에서 근무하는 배하끼씨(오른쪽) 등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주말 여행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이치티엠




“고국으로 돌아가면, (벌어둔 돈으로) 아내와 살 집을 짓구요. 편의점도 차릴 겁니다.”

7일 경기 화성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에이치티엠 공장에서 만난 프리요노 룰리 아르윈은 자신의 꿈을 수줍게 말했다. 한국말은 조금 서툴렀지만, 말보다 웃음이 넘치고 일터에선 눈빛이 매서운 ‘단단한 청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 ‘27살 청년’은 에이치티엠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이 회사의 외국인 직원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 7명씩 14명으로 내국 직원(14명)과 같다. 28명은 국적만 다를 뿐이다. 직원들은 룰리, 헨처럼 서로 애칭을 부른다. 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면 일주일에 약 4만5000원 정도를 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임금이 높아 한국으로 오려는 청년이 많다”고 말했다. 월급 수준은 평균 300만원 초·중반대로 되레 내국인 직원 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연 매출 40억 원대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임금이다.

물론 외국인 근로자의 삶은 고단하다. 아무리 임금이 높아도 중소기업의 부품제조업은 국내 청년이 기피할 만큼 힘든 일 중 하나다.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든 기계음 속에서 한 순간이라도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는 몸이 힘들어도 가족과 함께할 순간을 위해 야간, 주말에도 연장 근로를 자청하는 게 현실이다.

에이치티엠의 외국인 직원들도 몸이 고단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나본 직원마다 표정이 밝고 즐겁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에 와서 더 많이 일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자신의 동료가 되기를 추천한다. 에이치티엠이 단순히 일터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곳은 이슬람교리로 회와 같은 날 음식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위한 도시락이 따로 마련된다. 또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달을 정해 회식 장소와 식당을 바꾼다. 회사 건물의 벽에는 그동안 직원들이 함께 한 시간이 담긴 사진들로 꾸며졌다.



이런 일터는 국적을 떠나 직원들이 더 머물고 싶게 하기 마련이다. 이 회사에는 ‘회사 전설’로 불리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있는데 이 중 한 명이 헨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근무했던 베트남 국적 헨은 귀국한 뒤 다시 직장 동료로 합류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정도 꾸렸다. 작년에는 매니저로 승진해 이제 어엿한 회사 관리자다. 이 회사는 직원 안전이 우선이다. 지게차에는 직원 접근을 경고하는 레이저 경고등 장치가 달렸다. 기계마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설치된 집진기는 30여대다. 민필홍 에이치티엠 대표는 혹시나 외국인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까봐 이들의 숙소를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민 대표는 “현 제도상 외국인 직원을 더 채용할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5~6명 더 직원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한국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25만명이다.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는 고용노동부는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다. 지금껏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고용(인력 선발, 사업장 배치, 근로 여건 등)에 중점을 뒀다면, 이들이 귀국해서도 성공하도록, 한국을 좋은 나라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은 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은 정책적 기대감을 만들 수 있다. 고용부는 내년 인도네시아와 정책 자문과 기능경기 역량강화 사업을 시작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에서 일했다가 귀국한 근로자들을 초청해 격려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구상 중이다.

에이치티엠 직원들과 이 장관의 꿈은 느리지만, 벌써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다. 수치아니씨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대구에 있는 섬유업체에서 일했다. 이제 그는 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직원 40명을 고용한 비료업체 ‘사장님’이 됐다. 수치아니씨는 “한국에서 인상 깊었던 회식과 보너스, 성과급을 직원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며 “학교 졸업 후 바로 한국에서 일하기 보다 사회 경험을 먼저 했으면 바란다”고 자신의 코리아드림을 회상했다.

에이치티엠 직원 룰리씨가 7일 자신이 담당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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