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택시에 탄 승객이 수상한 모습을 보이자, 예리한 '촉'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연루자를 잡아낸 택시 기사가 화제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택시 기사 양 모(66) 씨는 지난 6일 오후 4시 50분쯤 택시 호출 앱으로 전북 남원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콜을 잡았다. 장거리 승객이 반가웠던 양 씨는 들뜬 마음으로 승객 A(21) 씨를 태웠다.
양 씨는 큰 가방을 들고 탄 앳된 얼굴의 A 씨에게 "대전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으나 A 씨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양 씨는 A 씨가 들고 탄 큰 가방에 다시 주목했다. 2년 전, 양 씨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범죄자를 승객인 줄 알고 태웠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를 회상한 양 씨는 A 씨와 가방을 확인하고 "학생, 나쁜 일로 가는 거 아니죠?"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A 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문을 열고 택시에서 내리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행동을 보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한 양 씨는 곧바로 차 문을 잠그고 인근 지구대로 향했다. 이후 경찰이 확인한 A 씨의 가방에는 현금 2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광주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A 씨가 탄 택시 역시 현금을 건네받기 위해 조직에서 직접 호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예전에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었다는 후회와 죄책감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며 “이번에는 수거책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고 한편으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경찰서는 지난 8일 적극적인 대처로 범죄를 예방한 양 씨에게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다. 김철수 남원경찰서장은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에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의 관심으로 또 다른 범죄를 막았다"며 양 씨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현금 수거를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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