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12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기업 2만 2962개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20년 4분기(-1.0%)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 감소 폭이 6.9%에 달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7.1%)의 반 토막 수준인 3.6%에 그쳤다.
부진한 실적과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로 기업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 줄어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청년 고용에도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 보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4.6%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들 중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뿐이다. 고용과 투자가 막히면 가계 소비 감소로 취약한 내수를 불황의 늪에 빠뜨리고 우리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의 회복도 요원해진다. 9월 들어서도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이달 1~10일(통관 기준) 수출액은 148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수출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 개선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적극 일으켜야 한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우수 인재 육성은 성장 엔진을 가동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떨쳐내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금융·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특히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 법인세 감세, 고용 인센티브 제공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모래주머니’인 규제 사슬 혁파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성장성과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려야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