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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이미 파탄났다”…작년 보다 30% 늘어난 임금체불 ‘비상’

1~7월 임금체불 1조 육박…영세 사업장 피해 집중

악질 기업에 자금난…노동계 “사업주 처벌 강화해야”

고용부, 대책 속도…이정식 “체불, 생존 위협할 범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직원들은 정신적으로 황폐화 상태입니다. 많은 가정은 이미 파탄났습니다.”

약 430억 원 규모 임금 체불 피해를 해결해 달라는 위니아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의 하소연이다. 매년 1조 원이 넘는 임금 체불은 올해 불경기와 고물가가 더해지면서 심각한 상황이 될 우려를 키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임금 체불액은 97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했다. 지난달 체불액 예상치까지 합치면 같은 기간 30% 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적으로 줄던 임금 체불액 규모는 올해 다시 늘어날 조짐이다. 연간 추이를 보면 2019년 1조7217억 원에서 2020년 1조5830억 원, 2021년 1조3505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1조3472억 원으로 감소세가 멈췄다. 직장갑질 119 소속 박성우 노무사는 “우리나라 임금 체불액은 10여년 간 1조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며 “현장의 미신고·미인정 금액을 고려하면 규모는 공식 통계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는 임금 체불 피해가 영세 사업장과 취약 계층 근로자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직장갑질 119 조사에 따르면 최근 임금체불 피해자 중 약 70%는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당장 생계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부터 이어진 고물가 탓에 임금이 올라도 임금이 삭감된 것 같은 역전 현상도 두드러졌다.

임금 체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기업과 제도로 꼽힌다. 악질 기업뿐만 아니라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여전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800곳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작년 추석 보다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한 기업은 26.9%였다. 전문가와 노동계에서는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수위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해결 방안으로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제 도입, 임금체불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 임금채권 소멸시효 확대 등을 제안한다. 박 노무사는 “임금 체불은 1심까지 밀린 임금을 지불하면 처벌이 되지 않고 처벌도 체불액의 10% 수준에 그친다”며 “사업주가 임금을 제 때 지급해야 한다는 동기를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금 체불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다. 고용부는 올해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지난달부터 체불근절 기획감독을 시작했고 추석까지 임금 체불 청산 유도와 체불 피해 근로자 생계 지원에 나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추석 민생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임금 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사회적인 중대범죄”라며 “건설업처럼 체불이 심각한 분야에 대해 특화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에 대한 임금 체불 수사 상황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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