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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교사, 시험 때 뒤돌아 본 아이에 '넌 0점' 말했다가 고소 당해"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교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4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이유가 공개됐다. A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YTN 뉴스라이더에 따르면 A교사는 시험 시간에 뒤돌아본 학생에게 “넌 0점”이라고 말해 아동복지법 위반, 색종이를 갖고 놀았다는 이유로 혼내서 아동복지법 위반, 다른 학생의 책에 우유를 쏟은 학생에게 “네가 똑같은 책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야단을 쳐서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또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린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라 묻고 교장실로 데려가 지도를 받게 한 뒤 혼자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는 이유로도 아동복지법 위반이라고 고소당했다.

이와 관련해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정상적인 발달에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위축됐다거나 불쾌감을 느꼈다,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는 근거가 돼서 얼마든지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역시 학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정서적인 피해를 봤다’는 것을 근거로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A교사는 이런 신고 탓에 10개월간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지친 심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실장은 “사실 열 달도 긴 기간이지만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선생님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수사를 받고 기소 처분이 나면 거기에 대한 수사를 또 받는데 그런 과정 중에 선생님을 대변해주거나 보호해 줄 만한 변호사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없다”며 “선생님(A교사) 역시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서 대응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도 아동학대 고발을 당하고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무혐의가 나올 때까진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A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 B씨는 지난 2019년 12월2일 "A교사가 자녀에게 아동학대를 가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학폭위는 학생 간에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구지만 B씨는 A교사를 상대로 학폭위 신고를 넣었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같은 달 12일 열린 학폭위에서는 A교사에 대해 '해당 없음' 결정이, B씨의 자녀에게는 학내외 전문가에게 심리상담 및 조언을 받는 1호 처분을 내렸다. 학폭위는 학생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 등에 대해 처분을 내리지만 성인인 교사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B씨는 A교사가 학폭위 처분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신고를 강행하면서 분리 조치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다시 A씨의 행동을 문제삼아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고 A교사는 10개월간의 수사 기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실장은 “당시 4명의 아이가 한 명의 아이를 괴롭혔다는 증언들이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학폭위가 열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알아보니까 상상하지도 못하게 선생님이 가해자로 돼 있는 걸 알게 됐다. 전문 변호사에게 의뢰해봤는데 이런 경우는 본인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A교사 사건 관련 필요한 대책에 대해 “먼저 선생님과 유족에 대한 학부모들의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응당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저희는 선생님의 사건을 교권침해 종합세트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의 민원뿐만 아니고 관리자의 미온적인 대응,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선생님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으셨다.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개선해나가야 그다음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며 “지금 선생님들이 여러 차례 집회 나가면서 법 개정이라든지 민원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등 요구하는 것들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바로 살고 더 이상 비극적인 사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가운데, 12일 오후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대전 유성구에서 운영 중인 가게 앞에 학부모를 비판하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한편 숨진 교사의 유족 측은 생전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A교사의 유족과 자문 변호사, 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생전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던 학부모 4명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유족 측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학부모들의 입장문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박 실장은 입장문을 보면, 앞뒤 내용을 다 자르고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만 쓰고 심지어 뺨을 때린 것을 손이 뺨에 맞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며 "또 선생님이 인민재판을 했다고 썼는데, 이 부분은 그 당시 검찰에서도 '인민재판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부분인데 그럼에도 또다시 이렇게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전시교육청에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 순직 처리를 요청할 방침이다.

고인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당시 근무했던 학교의 관리자에 대해서는 교보위 미개최 사유, 학폭위 결정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유족들이 아직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유족의 회복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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