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다량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에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 지원을 도울 것인지 묻는 기자에게 "우리는 그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등 첨단 군사 기술을 지원한다면 이는 재래식 무기를 제공받는 대가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 첨단 군사 기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무기 거래 시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속하면서 무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다량 보유한 포탄은 옛 소련제여서 러시아 무기와 호환이 가능하다.
북한 무기로 무기고를 가득 채우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인한 무기 고갈에 대비할 수 있다.
또 이 경우 이미 1년 6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층 장기화할 우려도 더욱 커진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거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회담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것만으로 무기 거래 가능성을 시사하며 서방을 위협하는 데 성공했다.
서방이 아무리 대러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최신 전차와 로켓, 열화우라늄탄에 이어 F-16 전투기까지 제공한다고 해도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을 계속 이어갈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에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된다며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국제 안보 질서를 무너트릴 카드가 자기 손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으로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기술 정보를 흡수해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노동력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도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과 서방 제재 속에서도 값싼 노동력을 확보해 극동 개발 등에 나서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러시아 보수 역사가인 미하일 스몰린은 현지 매체 '차르그라드'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방문은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집단적 노력이 실패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과 밀착할수록 러시아가 '고립 탈출'이 아닌 북한과 '동반 고립'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경고했듯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강도도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모두 경계하는 한국·미국·일본 밀착도 가속해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가담한 한국과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상태지만, 알렉세이 체쿤코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한·일과 다시 건설적 대화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와 항상 함께할 것", "러시아군과 국민이 분명히 위대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와의 반서방 연대 구축을 크게 반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